등산 갈 때 진짜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에요
사고는 장비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 계산이 어긋나서 납니다. 하산 시각부터 정하고 준비물을 고르는 법.
업데이트 · 약 4분
등산 준비물 목록은 대개 장비 이름의 나열입니다. 그런데 산에서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장비가 부족해서라기보다, 시간 계산이 어긋나서인 경우가 많습니다. 준비물도 그 관점에서 다시 보면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.
먼저 하산 시간을 정한다
산행 사고의 상당수는 '조금만 더 가 보자'는 판단에서 시작됩니다. 정상까지의 시간은 계산해도 내려오는 시간은 낙관하기 때문입니다.
- 그날의 일몰 시각을 먼저 확인합니다. 산속은 일몰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어두워집니다.
- 하산 완료 목표 시각을 일몰 두 시간 전으로 잡습니다.
- 거기서 역산해 정상 도착 시각과 출발 시각을 정합니다.
- 정해 둔 시각에 정상에 못 닿았다면, 그 지점에서 돌아섭니다. 이 원칙을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현장에서 지키기 어렵습니다.
이 계산을 하고 나면 왜 조명이 '있으면 좋은 것'이 아니라 필수인지가 분명해집니다. 계획이 어긋나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.
빠지면 안 되는 것
- 헤드랜턴
- 휴대폰 손전등으로 대신하지 마세요. 배터리를 조명에 쓰면 연락 수단이 사라집니다. 헤드랜턴은 양손이 자유롭다는 점에서도 다릅니다. 여분 배터리도 함께 챙기세요.
- 호루라기
- 목소리는 금방 쉬고 멀리 가지 않습니다. 호루라기는 무게가 거의 없으면서 조난 시 위치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.
- 충분한 물
- 탈수는 체력보다 판단력을 먼저 떨어뜨립니다. 코스 중간에 보급 지점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필요량을 미리 계산하세요.
- 행동식
- 초콜릿, 견과류, 에너지바처럼 즉시 흡수되는 것. 저혈당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이 사고로 이어집니다.
- 바람막이
- 고도가 오르면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강해집니다. 땀에 젖은 상태에서 바람을 맞으면 체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.
신발 — 하산할 때 갈린다
등산화의 가치는 올라갈 때가 아니라 내려올 때 드러납니다. 하산 시에는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충격이 발목과 무릎에 실립니다.
- 발목을 지지하는 형태를 고르세요. 접질림 사고의 대부분은 하산 중에 일어납니다.
- 밑창의 접지력이 중요합니다. 젖은 바위와 낙엽 위에서 차이가 큽니다.
- 새 등산화를 여행에 처음 신고 가지 마세요. 길들이지 않은 신발은 물집을 만듭니다.
- 발톱을 미리 짧게 깎으세요. 내리막에서 발톱이 신발 앞부분에 눌려 멍이 듭니다.
옷 — 소재가 형태보다 중요하다
산에서 면 소재는 위험합니다. 땀을 흡수한 뒤 마르지 않고, 젖은 채로 몸에 붙어 체온을 계속 빼앗기 때문입니다.
- 베이스 레이어 (속옷·이너)
- 땀을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성 소재. 여기서 면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.
- 미드 레이어 (보온)
- 플리스나 경량 패딩. 쉬는 동안 체온이 떨어질 때 입습니다.
- 아우터 (방풍·방수)
- 바람과 비를 막습니다. 산 날씨는 예보와 다를 수 있으므로 맑은 날 예보여도 챙기세요.
안전 관련 나머지
- 지도와 나침반 또는 오프라인 지도 앱 — 산속은 통신이 끊기는 구간이 많습니다. 미리 내려받아 두세요.
- 보조배터리 — 저온에서는 배터리가 빨리 닳습니다. 몸 가까운 주머니에 넣어 두면 덜 줄어듭니다.
- 기본 구급용품 — 밴드, 소독약, 진통제, 압박붕대.
- 장갑 — 바위 구간에서 손을 보호하고, 추울 때 체온 유지에도 쓰입니다.
- 여분 양말 — 젖은 양말을 갈아 신는 것만으로 물집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.
출발 전에 해 둘 것
- 코스 정보를 확인합니다. 거리보다 고도 차이와 난이도가 실제 소요 시간을 좌우합니다.
- 입산 통제나 예약제 여부를 확인합니다. 국가공원이나 보호구역은 사전 신청이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.
- 일행이 아닌 사람에게 코스와 예상 하산 시각을 알립니다. 연락이 끊겼을 때 신고할 근거가 됩니다.
- 날씨를 확인합니다. 산의 날씨는 아래와 다르고, 예보가 자주 바뀝니다.
- 여행자보험이 트레킹을 보장하는지 확인합니다. 고도가 높은 활동은 제외되는 경우가 있습니다.